[앵커]
하늘에 별따기라는 말이 있는데 이제 하늘에 비행기표 따기, 라고 해야 할까요.
하늘길이 2년 만에 풀렸지만 돈 있어도 표 못 구하는 건 세계 어디나 마찬가집니다.
세계를 보다, 곽정아 기자가 그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70주년을 맞은 영국.
플레티넘 주빌리를 기념해 지난 2일부터 나흘간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 됐습니다.
전례 없는 축제 분위기에 찬물 끼얹은 건 항공 대란입니다.
런던 남쪽의 개트윅 국제공항에선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탑승객]
"한 시간 넘게 줄 서 있는데요. 딱 한 사람만 체크인 해주고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어요. 여기에 하루 종일 있어야 하려나…"
유럽 전역에서 항공편 약 150편이 취소되며 벌어진 혼란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 7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결항됐습니다.
[미국 한인 여행사 A]
"원래 하루 5편이 움직이는데 2편으로 운항한다든가. 항공사에서 알아서 줄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불편해하시죠."
코로나 19로 봉쇄 됐던 하늘길이 열리며 여행 수요가 급증했지만, 항공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겁니다.
항공편도 줄고 공항 체크인조차 안 되는 이유는
그동안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해오던 항공사들이 일상 회복에 따른 수요 급증을 이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이지젯 항공은 승객 50명 당 승무원 한 명이 근무를 해야 하는데 인력이 없어, 비행기 좌석을 떼어내 정원을 200명에서 150명으로 줄였습니다.
인력난에 허덕이며 기본적인 전화 응대조차 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기자가 티켓 예약을 위해 영국 항공사 4곳에 2시간 동안 전화했지만, 한 곳도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영국 TUI 항공]
"평상시보다 더 많은 상담 전화가 걸려와, 15분 이상 대기해야 합니다."
미국 델타 항공 소속 조종사들은 적은 인원으로 비행을 하다 보니 과도한 업무량을 호소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수요 폭증으로 인한 비행기표 값 상승은 고스란히 소비자들 몫이 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인상 사태까지 겹쳤습니다.
[미국 한인 여행사 B]
"동부에서 서부, LA로 가는 비행기가 350불(44만 원)~450불(57만 원)이 정상적인 금액이거든요. 최근엔 1000불(128만 원) 정도예요."
캐세이퍼시픽 항공사의 홍콩-런던 왕복 티켓값도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5배 이상 폭증하는 등 천정부지로 오르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펜데믹 시대 직원들을 전자상가나 인형 제조 업체 등에 파견 보냈던 일본 ANA항공사는, 일본 정부가 10일부터 단체 여행객 접수를 시작하자 3년 만에 신규 대졸 채용 공고를 내고 인력 수혈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승무원 양성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항공사들의 자구책에도 여름 휴가철이 되면 항공대란은 가중될 전망입니다.
채널A뉴스 곽정아입니다.
그래픽: 이채민
영상편집: 구혜정
곽정아 기자 kwak@donga.com